스마트폰은 전뇌이다

2009/11/26

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은 매우 유명합니다. 일본 만화에 관심 없는 사람도 들어본 적은 있을 정도로 인지도 높은 극장판 애니입니다. 이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독특한 세계관 때문인데요, 미래 어느날 인간의 뇌가 전자화 되고 신체가 로봇화 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시대의 전뇌해킹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형사의 활동이 배경입니다.

진부한 표헌을 쓰지 않고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말을 만들어 보자면 뇌를 들어내고 그속에 컴퓨터 회로와 기계구조로 이루어진, 공장에서 만들어진 뇌를 넣는겁니다.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메모리카드에 넣어주는 디카처럼, 인간의 모든 기억과 판단을 전뇌에 다운로드하여 생활하는 개인이 꽤 많은 세상이 배경이며, 이러한 전뇌 속의 데이터를 해킹하는 범죄 전담반의 형사 얘기입니다.

그렇다면 전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? 작품으로 상상해 보건데, 실수하지 않으며, 한번 기억한 것은 지워지지 않는 기계의 정확성이 그 첫번째 이겠구요, 만약 전뇌가 파괴된다 하여도 백업본이 있다면 기억이 존재하여 나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두번째, 그리고 다음으로 작품속에서 네트라고 명명된 universal network 에 아무 곳에서나 접속하여 정보를 검색하고 소통하는 편의성이 그 세번째입니다.

이정도 장점을 열거하다 보니, 단지 그 정보가 뇌에 있는지 손에 쥐어 있는지의 차이일 뿐,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+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것이 작품속 전뇌로 가는 첫걸음으로 인식이 되는군요. 그렇다면 현재 스마트폰을 전뇌와 구분짓는 가장 근본적인 선은 무엇일까요? 그건 바로 ‘정보에 대한 믿음’ 되겠습니다.

예를 들어 제 스마트폰 일정관리 프로그램에서 ‘내일 오후 1시에 한예슬씨와 미팅이 잡혀있습니다.’ 라는 알림이 뜬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실 건가요? 백중 99는 프로그램 혹은 하드웨어 이상이라고 받아들이겠지요. 아직은 스마트폰을 100%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. 하지만 전뇌의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. 뇌는 곧 자아이기 때문에 뇌가 맞다고 하면 그걸 믿고 약속장소에 가서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요.

물론 이 얘기는 약간의 트릭입니다. 작품 속에는 인간의 정의를 지식의 꾸러미인 전뇌 + 고스트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지요. 하여간 시대가 변화하다보니 마침내는 어릴때 충격속에 보았던 작품이 피부로 와닿는 것 같아 흥분과 걱정이 묘하게 교차하는 세상입니다.

디지털 치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. 저또한 심각하게 걱정해본 적 있습니다. 이미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잘 다니지 않고 머릿속에 외우는 전화번호는 010 번호이동 덕분에 이젠 다섯손가락에 들어갑니다. 게다가 요즘엔 정말 다양한 일에 접하다 보니 드디어 GTD+일정관리, 한마디로 완전한 전자비서(PDA가 원래 이런 의미였지요)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. 이러한 업무환경이 지속되면서 제목과 같은 화두는 제 입안에 계속 멤돌고 있습니다.

앞으로 일이 더 바빠지고 영역이 넓어지면 더더욱 기술에 의존하겠지요. 그리고 그러한 끊임없는 수요는 결국엔 전뇌세상을 가지고 올거라 생각합니다. 자동차가 운송혁신 +  교통사고라는 양날의 검인 것처럼, 꼭 만화속의 전뇌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전자비서에 ‘깊게’ 의존하는 날엔 그 편리한 것이 어떻게 우리 발등을 찍게 될런지 생각해보면 흥분보다는 우려가 앞서는게 자연스러운 거겠지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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